산호세 온누리교회 전교인 수양회의 은혜로운 여정

기독 공동체의 역사에서 하나님께서 특정한 장소와 시간 가운데 자신의 임재를 특별히 드러내시고 백성들에게 회복과 부흥을 허락하신 때가 존재합니다. 이른바 ‘거룩한 시간(Sacred Time)’이라 불릴 수 있는 이 순간들은 단순한 행사나 정례적 모임을 넘어, 하나님께서 친히 자신의 백성을 만나 주시고, 말씀하시고,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사건입니다. 우리 교회에 있어 가족 수양회(전교인 수양회)는 바로 그러한 은혜의 장이었습니다. 매년 5월, 또는 성령의 바람이 가장 절실한 시기에 열려온 이 수양회는, 온 교회가 말씀과 기도, 찬양과 공동체의 교제를 통해 다시금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고, 주님의 몸 된 교회의 본질로 되돌아가는 영적 회복의 전환점이었습니다.

단순한 야외 예배나 레크리에이션이 아닌, 이 수양회는 세대를 초월한 예배의 장이자, 성령의 깊은 만지심이 임하는 자리였으며, 어린아이부터 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한 성령 안에서 하나 되어 "주께 돌아가는" 거룩한 여정이었습니다.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지만 팬데믹 이전에는 매해 어김없이 개최되었고, 성도들의 삶 깊은 곳까지 말씀의 씨앗을 심어 왔습니다. 그리고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광야를 지나며 모든 것이 멈추었던 시간 이후, 수양회는 2년에 한 번의 더욱 귀하고 간절한 만남으로 재개되어,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시 새롭게 하는 깊은 영적 샘터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특별히 기억되는 몇 해의 수양회들 속에는 시대마다 교회에 주시는 하나님의 메시지가 선명히 새겨져 있습니다.
2005년, 김원태 목사의 "Dunamis 2005"는 우리 교회에 성령의 능력(dynamis)을 회복시키며 신앙의 본질이 능력이며 삶의 변화임을 선포했습니다.
2006년, Ronald Smith 목사와 함께 "Going Deeper with God"이라는 주제로 나아가며, 공동체 전체가 더 깊은 기도와 말씀의 묵상으로 들어가는 신앙의 침잠(沈潛)을 경험했습니다.
2008년, YWAM의 김순호 간사는 "그리스도인의 영적 성숙"을 통해 제자도(Discipleship)의 본질을 조명하며,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의 실제적 실천을 도전했습니다.
2010년, 정의호 목사의 메시지 "너희가 성령을 받았느냐?"는 우리 영혼 깊숙이 울리는 회심의 물음으로, 성령의 인격적 임재와 동행을 갈망하게 했습니다.
2015년, 유진소 목사는 ‘하나님의 아버지 되심’을 전하며 상처 입은 자아와 지친 가정을 향해 하늘 아버지의 품으로의 귀환을 촉구했고,
2016년, 이동원 목사는 하나님 나라를 향한 비전과 헌신의 삶을 다시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노진준 목사는 복음의 본질로 교회를 다시 초대하며, 성도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복음을 살아내는 제자 공동체로서의 사명을 선포했습니다.

이렇듯 수양회는 단순한 주제와 강사의 이름을 넘어, 그 시대와 공동체의 영적 상태에 가장 정확한 하나님의 응답이었고, 때로는 회개의 눈물로, 때로는 치유의 웃음으로, 때로는 조용한 결단의 침묵으로 하나님의 손길을 몸소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수양회 기간 동안 모인 공동체는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교제를 나누고, 찬양의 하늘 문을 여는 가운데, 하나님 나라의 그림자(shadow of the Kingdom)를 현실 속에서 경험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웃음 속에도, 어르신들의 눈물 어린 간증 속에도, 주의 몸 된 교회가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님 아버지의 교훈이 담겨 있었습니다. 불편한 잠자리, 낯선 식사, 평소보다 더 많은 침묵과 찬양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내가 교회’이고 ‘우리가 교회’임을 깨달으며, 공동체적 존재로서의 교회론(Ecclesiology)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수양회가 남긴 흔적은 단지 감정적 감동이 아니라,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방향을 바꾸는 실제적 변화였습니다. 가정의 회복이 일어났고, 용서가 시작되었으며, 말씀 사역과 선교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세워졌습니다. 한 번의 수양회가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노라고 고백하는 간증은 셀 수 없이 많고, 그 가운데 역사하신 하나님은 지금도 동일하십니다. 비록 모든 수양회가 공식 기록으로 남아 있진 않지만, 성령께서 쓰신 은혜의 연대기는 여전히 살아 있고, 그 기억은 지금도 우리를 믿음의 길로 이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교회의 수양회는 계속될 것입니다. 회복과 부흥은 특정한 한 해의 감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끊임없이 하나님 앞에 무릎 꿇고 엎드리는 지속적 은혜의 체험을 통해 이어집니다. 우리는 다시 그 수양회의 자리에 설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시는 하나님은 여전히 말씀하시고, 안아주시고, 보내실 것입니다. 주께서 부르시고, 우리가 응답하며, 그 안에서 교회는 다시 살아납니다. 그 은혜의 현장 속에서 다시 한번, 우리는 하나님께 돌아가 “주의 얼굴을 구하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서기를 소망합니다.